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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육아일기

[미국에서 임신 출산 육아] 임신 17주차 기록 (병원 검진)

by 달호수 2024. 9.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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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산부인과 검진이 있는 날이라 남편이 휴가를 내고 오전에 아이를 보기로 했다. 병원을 바꾸고 두 번째로 가는 날인데, 집에서 가까운 지점으로 가는 건 처음이다. 출산은 이곳에서 어렵지만, 검진은 이곳에서 계속 받을 수 있다고 한다. 이전에 다니던 병원은 진짜 대학병원 스타일이다 보니 주차장에서 주차 자리를 찾는 게 일이었는데, 여기는 작은 건물이라 주차장이 여유롭고 좋았다. 들어가서 접수하고 기다리자, 간호사가 몸무게와 혈압을 재고, 방으로 안내해 주었다. 보통 의사는 가만히 한 방에 있고 환자가 차례로 들어가는 방식이 아니라, 미국은 환자에게 방을 하나씩 주면 의사가 돌아다니면서 문진을 한다. 대게 그전에 간호사가 와서 간단한 질문을 하기도 한다. 

 

1. 소변검사

 간호사가 들어와서 특별한 이상이 있었는지 물어보고, 태동을 느꼈는지 질문했다. 나는 있다고 얘기했고, 소변 검사가 가능하냐고 물어서 할 수 있다고 했다. 이게 좀 의아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데, 생각보다 소변이 잘 나오지 않아서 고생하는 산모가 좀 있다. 물만 마셔도 토를 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ㅠㅠ 나역시 첫째를 임신했을 때, 소변 검사 때문에 고생한 기억이 있다. 그때 간호사들의 대응을 보고 생각보다 이런 사람이 많다는 걸 알게 되었다. 아무튼, 이번에는 그래도 나름 수월하게 진행했다. 병원마다 다르긴 하지만, 이 병원은 화장실에 컵과 매직이 있어서 본인이 알아서 이름을 적고, 화장실 안에 소변 검사 컵을 제출하는 방식으로 되어있다. 

 

화장실 구석에 준비되어있는 소변 컵과 위생패드

2. 의사 문진

 그리고 긴 기다림의 끝에 의사를 만났다. 한국이나 미국이나 병원가면 기다리는 시간이 제일 긴 것 같다. 의사가 반갑게 들어와서 요즘 컨디션이 어떤지 물었고, 내 지난 진료기록을 드디어 다 받아서 확인했다고 했다. 나의 경우 NIPT를 진행했는데, 다행히 모든 결과가 좋게 나왔다고 하면서 결과지를 먼저 보고 왔냐고 물었다. 나와 남편은 아기 성별이 궁금해서 나오자마자 봤다고 대답했고, 결과지와 성별에 대해서도 대화를 나누었다. 입덧약 중단으로 고생했던 일이 생각나, 혹시 약을 변경할 수 있냐고 물어봤다. 의사는 나에게 두 가지 약이 선택지에 있는데 둘 다 부작용이 있다고 하면서 설명했다. 하나는 변비가 올 수 있고, 다른 하나는 굉장히 졸릴 것이라고 했다. 혹시 선호하는 약이 있을까? 묻길래 그냥 됐다고 했다... 하. 그냥 지금 먹는 약 먹으면서 버텨보겠다고 했다. 그랬더니 의사가 너무 힘들면 검진 날까지 기다리지 말고 전화해라, 내가 처방해 주겠다고 했다. 친절하여라, 고맙다고 했다. 배통증에 대해서도 질문을 하니, 이것도 자연스럽다고 했다. 다만 마치 진통처럼 5분마다 계속 있거나, 출혈이 함께 오면 반드시 병원에 연락하라고. 경산모라 배가 이렇게 빨리 불러온 거냐고 물었더니, 웃으면서 맞다고 하셨다. 그렇다고 계속 커지는 게 아니니까 걱정 말라고. 그 외에는 운동을 해도 되냐 물었더니, 역시 미국 의사답게 가능하다고 하셨다. 대신 넘어지지 않게 조심하고, 배를 잘 받쳐줄 수 있는 옷을 입고 하라고 추천해 주었다. 이렇게 질문이 끝나고 나서는, 아기 심장소리를 듣기 위해 침대에 누웠다. 148로 좋다고 했다.

 미국 산부인과는 임신 기간에 초음파를 자주 보여주지 않는다. 임신 기간 총 3번을 볼 수 있고, 본인이 원해서 더 보고 싶은 경우에는 직접 초음파를 보는 곳으로 가야한다. 이건 병원이 아니기 때문에 약 5만 원 정도 내면 볼 수 있는 걸로 알고 있다. 요즘 입체 초음파도 한국에서는 그냥 다 해주는데, 이것도 병원이 아니라 초음파를 보는 곳으로 따로 찾아가야 한다. 의사와는 아기 심박수를 들을 수 있는 하이베베 같은 그런 기계로 심장 박동만 확인한다. 한국에서는 초음파를 보면 영상까지 같이 주는데, 흑흑. 이런 건 진짜 한국이 최고다.

 

환자가 각 병실에 있으면 의사가 돌아다니면서 문진을 한다

3. 피검사

 보통은 수납을 하고 예약을 잡는데, 나는 이미 수납을 한 상태라 오늘은 낼 게 없다고 했다. 혹시 뒤에 예약도 미리 잡아줄까 하면서 물어보길래 좋다고 했다. 이미 11월까지 예약이 잡혀있었지만, 남은 기간도 다 잡아주셔서 임신 직전까지 예약을 다했다. 옆에 키오스크 기계로 가서 접수를 하고 다시 기다리니, 피검사해주는 분이 이름을 불렀다. 사실 오늘 피검사는 안 해도 되는 건데, 예전 병원에서 피검사 결과지를 다 안 보내 줬다고 한다. 이런, 이제 화도 안 난다. 뭐 어려운 일은 아니니까. 의사가 피검사하는 김에 이분척추증 검사도 같이 해줄까? 해서 알겠다고 했다. 미국에서는 Spina bifida라고 하는데, 찾아보니 임신 기간 중에 엽산이 부족했을 경우 생길 수 있는 기형이라고 한다. 척추이분증이란 하나로 합쳐져야 할 가시돌기가 정상적으로 형성되지 못해 불완전하게 닫혀 구멍이 있는 상태로 척추의 후반부인 후궁에 결함이 있는 것을 말한다. 심각할 경우에는 무뇌증이나 척수수막류 같은 위험한 상황을 야기할 수 있고, 하지 마비와 보행장애, 배변 및 배뇨 장애처럼 일상생활에 큰 지장을 주는 증상이 동반되기도 한다고 한다. 미국에서 가장 흔한 신경관 결함 질환이지만 장애진단의 대상이 되지는 않는다고. 뭐 아무튼 그렇게 피를 뽑고 병원을 나섰다.

 

 

 

얼마 전에 분명 가을바람을 느꼈는데, 다시 여름인 건지. 오늘은 참 덥다. 그래도 그늘진 산책로를 걸으니 기분이 좋았다. 경치도 좋고, 빛도 좋고. 나무 벤치에 앉아서 남편을 기다리다 아이와 셋이서 오랜만에 외식을 하러 갔다. 병원검진 덕분에 쓴 남편 휴가지만 평일에 이렇게 시간을 같이 보낼 수 있다니 좋았다. 한국은 오늘이 추석일 텐데, 다들 맛있는 거 드시고 계시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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