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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육아정보

[미국에서 임신 출산] 임신 15주차

by 달호수 2024. 9.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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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공개된 공간에 써보는 건 처음인, 임신 이야기.

입덧으로 한동안 누워있다가 드디어 앉아 있을 수 있게 되어 기록을 남기기로 결심했다.

 

 

첫째 때 입덧이 너무 심해서 둘째 임신을 좀 미뤘는데 다행히 계획하자마자 바로 찾아와 준 아기천사.

첫째와는 입덧 증상이 달라서 사실 성별도 다를 줄 알았는데, 뜻밖에도 같은 성별이었다.

주변에도 보면 과일이 당기면 여아, 고기를 먹으면 남아라는데 솔직히 입덧 증상과 성별은 딱히 상관이 없는 것 같다.

 

나의 입덧 증상 차이를 적어 보자면

첫아이는 일단 후각이 미친듯이 발달했었는데, 비염인인 나에게는 마치 내가 초능력자가 된 것 같은 수준이었다.

세상의 모든 냄새를 맡는다는 게 이런 건가. 

저 멀리 냉장고를 남편이 열었다 닫아도 방에서 귀신같이 알아챌 수 있었다.

문제는 그 능력이 나를 너무 힘들게 했다는 것.

당시 여름에 에어컨을 켤 수조차 없었다. (에어컨 냄새가 힘들어서)

텍사스에 거주하고 있기에 여름은 정말 가혹했는데, 당시 남편이 재택 중이라서 등이 땀으로 흠뻑 젖을 정도로 고생하는 걸 보고 너무 미안했었다. (선풍기를 틀어도 등받이에 닿는 부분은 어쩔 수 없는 것 ㅠㅠ )

그리고 물토 증상이 있어서 물을 마시는 게 정말 힘들었다.

문제는 산부인과에 가면 소변검사를 하는데, 그 소변검사를 위해 마시는 물조차 소화기관으로 내려가질 않는 것.

어느 날은 정말 물을 많이 마셨는데도 소변이 안 나와 병원에서 집에 그냥 가라고 한 적도 있다.

그리고 병원 건물을 나와 차에 도착하자마자 주차장 뒤 화단에 마셨던 물을 그대로 다시 토해버렸다. 

정말 물만 그대로 나오더라.......

그 외에로는 정말 걸을 수조차 없어서 누워 먹방만 봤던 것 같다.

당시 임신 초기 10km 마라톤에 참여할 정도로 체력에는 자신 있었는데 입덧 시작 후에는 정말 100m도 걷는 게 힘들 정도였다.

중기에 다시 열심히 걸으며 체력을 올렸지만, 입덧 지옥 중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입맛도 너무 없으니, 한식을 먹는 유튜버의 방송을 보며 지냈다.

남편이 제발 아기 생각을 해서 조금이라도 먹으라고 사정했을 정도 ㅠㅠ

그러다 보니 임신 초기에는 오히려 살이 빠졌었다.

 

 

그에 비하면, 둘째는 후각보다는 미각이 좀 더 예민해졌다.

특히 쓴맛에 굉장히 예민해졌으며, 디카페인 커피나 밀가루 음식에서도 미세한 차이를 알 수 있었다.

그러다 보니 원래 아무 데서나 잘 먹던 커피도 굉장히 가려 마시게 되었다. 하하...

사실 첫애 때는 디카페인도 안 마셨는데, 이것 역시 차이라면 차이다.

음료의 경우에도 첫애 때는 탄산이 들어간 것을 많이 마셨다면, 둘째는 그냥 차가운 물이 최고다.

평소에도 찬물을 잘 마시지 않던 나로서는 신기할 따름.

그리고 빈속이면 더 울렁이는 증상이 심해져 먹어야 하는 먹덧 증상이 있고, 극심한 두통에 시달렸다.

문제는 첫째를 돌보면서 두통이 찾아오는 경우, 정말 미안하지만 누워서 아이를 볼 때도 있었고

남편이 휴가를 써서 아이를 돌보기도 했다.

찾아보니 임신 중 두통은 철분이 부족하면 그렇다고도 하는데, 철분제를 이미 복용하고 있던 터라 더 먹을 자신은 또 없었다ㅠㅠ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철분제 복용은 또 변비로 이어지기때문에........ 하, 이걸 해결하기 위해선 푸룬 주스 같은 걸 또 먹어야 한다.

 

일단 기억나는 큰 차이는 이 정도인데,

그래도 첫애 때보다는 둘째가 덜 심한 편이다. 아무래도 돌봐야 하는 아이가 있어서 무의식중에 '아프면 안 돼'를 되뇌어서 그런게 아닐까 싶다. 덕분에 속이 너무 매슥거리지 않는 날에는 최대한 나가서 걸으려고 노력했다. 해서 체력도 첫애 임신 했을 때보다는 나은 것 같다.

입덧 지옥도 첫애 때는 중기 초반까지 좀 있던 거 같은데, 둘째는 대략 7~8주쯤? 시작해서 14~15주 정도로 비교적 짧은 편이다.

 

쓰다보니 생각보다 길어졌네, 

길고 긴 터널을 통과한 사람의 넋두리라ㅠㅠ 

정말 아이에게도 남편에게도 너무 미안하고 고마우면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신이 힘들어 우울했던 시기였다.

초기라 아직 주변 사람들에게도 많이 알리지 않아서 더 그랬던 것 같기도 하다.

당시 알고 있던 응원해 준 가족들과 몇몇 친구들에게도 고마울 따름이다.

지금 입덧으로 고생하고 있는 분이 제 글을 보고 힘을 내셨으면 좋겠다.

결국 지나가니까 끝나지 않을까 봐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리고 입덧 없는 분들..... 정말 너무 부럽습니다. 하하.....

모든 임산부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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