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 전에는 미처 알지 못했던 사실에 대해 적어보려 한다. 경험하지 못하면 알기 어려운 이야기들을 정리해봤다.
1. 출산의 고통이 가장 크다?
이건 사람마다 다른데, 생각보다 출산의 고통은 줄일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자연분만의 경우, 무통주사나 경막외(하반신)마취제인 epidural을 하게되면 생각보다 고통없이도 낳는 게 가능하다. 하반신 마취를 할 경우에는 오히려 감각이 아예 없기 때문에 진통을 아예 느낄 수 없어서 자궁수축 그래프를 보며 힘을 주는 타이밍을 잡는다. 간호사들이 그래프를 보며 얘기해주는데, 문제는 하반신에 감각이 없어서 힘을 주는 게 생각보다 힘들 수 있다. 출산과는 다르게 젖몸살이라든가, 출산 전에 느끼는 진통, 임신 초기에 입덧 등이 오히려 산모들을 더 힘들게 한다. 하반신 마취처럼 확실하게 없애는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어떤 것이 가장 힘드냐고 묻는다면, 이는 사람마다 차이가 있는데 나의 경우는 입덧이 가장 힘들었다. 어떤 사람들은 젖몸살이 제일 힘들었다고 얘기한다.
2. 분만 자체의 시간은 길지 않다.
출산을 경험하기 전에는 출산까지 30시간 걸렸다 라는 얘기를 들었을 때, 30시간 동안 전부는 아니지만 꽤 오래 분만을 하느라 걸리는 줄 알았다. 허나 내가 경험해보니 양수가 터지거나 진통이 시작되어 병원에 가서도 바로 아이를 낳지 못하고 자궁문이 충분히 열리고 아기가 내려와야 힘을 주는 분만이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이제 정말 출산에 임박했다고 판단이 되면 간호사가 의사 혹은 조산사를 불러오고 힘을 주라고 한다. 의사가 오기 전에 아이를 낳으면 위험할 수 있기 때문에, 힘주지 말고 기다리라고 하기도 한다. 나역시 새벽출산이라 아이가 내려왔지만 조산사가 올 때까지 기다려야했다. 그렇게 아기 탄생의 순간이 가까워지면 그래프에 맞게 힘을 줘야 하는데, 막상 힘을 주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진통 역시 한 번 왔을 때, 3번 정도의 기회가 있는데 이때 출산에 성공하지 못하면 잠시 다시 쉬었다가 또 힘을 주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이렇게 해서 빠른 사람은 정말 5분만에 아기가 나올 수도 있고, 나는 시간이 좀 걸린 편이었지만 그래도 30분 정도 걸렸던 것 같다.
3. 애가 나왔는데 또 뭐가 많다.
애만 낳으면 이제 더 힘든일은 없는 줄 알았는데, 후처치를 받아야 한다. 미국의 경우에는 아이가 태어나면 간호사가 아기를 닦고 바로 엄마에게 안겨주기 때문에, 엄마는 아기를 안은 상태로 다리를 벌린 채 후처지를 받는다. 당시 하반신 마취제를 받아서 고통은 없었는데, 그냥 계속 민망하고 뭔가 억울하다. 그리고 아기를 낳고 또 빨리 소변을 봐야하는데, 방광의 기능이 제대로 돌아왔는지 확인을 해야하기 때문이다. 간호사가 올 때마다 물어보는 것도 민망하지만, 물을 그렇게 많이 마셨는데 소식없는 내 방광은 정말 야속하게 느껴졌다. 화장실 가는 게 이렇게 힘든 것인가, 패배감마저 든다. 소변을 보는 것에 실패하면 소변줄을 끼워야 하는데, 이게 또 좀 불편하다. (참고로 아픈 건 낄 때보다 뺄 때 더 아프다.) 이뿐이랴, 계속되는 출혈로 내 아랫도리 밑에는 강아지 배변패드 같은 게 있고 계속 간호사가 와서 들춰 확인하고 간다. 퇴원을 하면, 밑이 잘 아물 수 있고 오로가 잘 배출 될 수 있도록 좌욕을 매일 해주기도 해야한다. 육아 말고도 이렇게 할일이 많다니. 단순히 애를 낳았다고 끝이 아니구나 싶었다.
아이를 낳는 과정은 사실 정말 날 것 그대로로, 내가 자연으로 돌아간 느낌이다. 인간이라기 보다는 하나의 짐승이 된 기분이랄까. 인권이 없는 느낌마저 든다. 하지만, 이 모든건 건강하게 태어난 아이를 보면 다 해소되는 감정이다. 그저 도와준 모든 사람들에게 너무 고마울 따름이다. 지금 이 시간에도 새생명을 위해 애써주시는 모든 의료진들과 가장 고생하고 있을 산모들에게 박수를 쳐주고 싶다. 고생했고, 잘해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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