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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육아일기

[미국에서 임신 출산] 한국출산과 다른 점

by 달호수 2024. 9.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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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 포스팅에서는 출산하고 알게 된 사실이라면, 이번에는 한국에서 하는 출산과 가장 크게 다른 점 몇 가지를 적어보려고 한다. 앞선 포스팅에도 사실 미국에서 출산하게 되면 겪는 특이한 사항을 적어두긴 했으나, 내용 중복을 피하기 위해 앞의 내용은 빼고 적었다. 혹시 미국 출산에 대해 더 알고 싶은 분이라면 앞에 올린 글에 나름의 팁도 있으니 확인하시면 좋을 것 같다. 

1. 3대 출산 굴욕?

한국에서 출산을 하면, 속칭 3대 굴욕을 겪어야 한다. 이는 관장, 제모, 내진을 뜻하는데, 한국 병원에서는 꽤 당연하게 관장과 제모를 하고 출산한다. 내진은 자궁문이 얼마나 열렸는지 확인을 해야 하는 것이라 어쩔 수 없기에 미국에서도 당연히 진행한다. 하지만 관장과 제모는 다르다. 제모는 보통 미국인들이 평소에도 하는 편이라 그럴 수도 있지만, 애초에 병원에서 제모를 요구하는 일이 없다. 나 역시 양수가 터져 예정일보다 3주 일찍 아이를 낳으러 가느라 아무런 준비 없이 병원에 갔는데, 그 누구도 제모에 대해 말을 꺼내지 않았다. 관장 역시 권하지 않았다. 진통이 있을 때 간호사가 마지막 변을 언제 보았는지 질문은 하지만, 그렇다고 지금 약을 드릴 테니 가서 관장하고 오세요 하지 않는다. 오히려 내가 걱정이 되어 남편에게 아이가 나올 때 혹시 변이 같이 나오면 어떡하냐고 묻자, 남편은 원래 그게 당연한 거 아니냐고 되물었다. 중고등학교 때, 꽤나 현실적인 성교육을 받아서 그런지 전혀 거부감 없는 태도였고 덕분에 그에 대한 민망함은 줄어들었다. (사실 어차피 나중에는 그런 게 중요하지 않다. 아기가 금방 잘 나오는 게 최고다. ㅠㅠ)

 

2. 출산할 때 남편이 참여한다

한국에서는 보통 남편이 출산할 때 나가있다가 탯줄을 자르러 들어온는데 비해서, 미국은 진통과정부터 힘주는 과정, 출산 후 아이를 확인하고 탯줄을 자르는 그 모든 순간에 남편이 함께 한다. 한국은 간혹 출산 장면을 보고 트라우마가 온다는 남자들의 주장에, 여자들도 남편이 들어오는 걸 꺼려하는 경우가 있는데 미국은 그 소중한 순간에 함께 해야 한다는 인식이 더 강하다. 출산할 때 보통 적어도 3 ~ 4명의 간호사와 의사 혹은 조산사가 함께 있는데, 그래도 한쪽 다리를 드는 것은 남편의 몫이다. 출산 시에 힘을 잘 주기 위해 양쪽에서 다리를 들어주는 사람이 있는데, 이때 간호사가 아예 남편에게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설명한다. 우리 남편은 내 왼쪽 허벅지를 잡고 내 옆에서 계속 응원하며 어떻게 힘을 줘야 하는지 알려줬다. 나중에는 산소 호흡기까지 남편이 대줬던 걸로 기억한다. 남편이 나중에 우스개 소리로 일당 받아야 할 정도로 일했다고 했는데, 정말 마치 한 명의 의료진이 된 것처럼 참여시킨다. 아이를 낳는 게 생각보다 무서운데, 그것도 해외에서 출산을 해야 하는 나로서는 굉장히 든든했고 고마웠다. 

3. 병원비

하, 미국의 병원비는 워낙 악명높아 대충 짐작할 거라 생각한다. 다만, 이걸 또 일반화하기 어려운 것이 미국의 병원비는 정말 천차만별이다. 본인이 들고 있는 보험 회사와 종류에 따라 보장범위와 금액이 다르기 때문이다. 해서, '한국에서 출산하면 보통 어느 정도 든대.'라는 게 여기서는 통하지 않는다. 다른 사람이 얼마 냈는지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내 보험 플랜에 따라 가격차이가 너무 심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미국에서 출산을 계획 중이라면, 반드시 직접 보험회사와 통화를 해 보장 범위를 확인하는 걸 추천한다. 근데 아마 전화 연결이 쉽지 않을 것이며, 상담원이 말하는 내용도 100% 신뢰할 수 없다. 한국만큼 투철한 직업의식을 갖고 일하는 사람이 적은 편이기 때문에, 가급적 증거가 남는 온라인 채팅이나 이메일 등으로 소통하는 걸 추천한다. 병원비에 대해서는 너무 할 말이 많기 때문에 나중에 다른 포스팅에서 따로 더 적어두겠다. 

 

 

오늘은 이렇게 한국 출산과 크게 다른 점에 대해 적어봤다. 개인적으로 미국 출산할 때 좋았던 점이 있다면, 간호사들의 따뜻한 격려였다. 내 방에 꽤 많은 의료진이 들어와서 계속해서 응원해주고, 잘하고 있다고 힘을 주었다. 단순히 인사치레로 하는 말이 아닌, 정말 진심이 느껴지는 말들이었기 때문에 나에게 큰 울림을 주었다. 그래서 아이를 낳자마자 정말 고맙다고 다 너희 덕분이라고, 혼자서는 못했을 거라고 울면서 얘기했던 기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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