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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육아일기

[미국에서 임신 출산] 한국과는 다른 미국의 출산

by 달호수 2024. 9.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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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를 미국에서 출산했을 때, 한국과는 다른 문화로 좀 당황했던 기억이 있다. 혹시 미국에서 출산을 앞둔 사람이 있다면 도움이 될까 싶어서 이렇게 글을 쓴다. 

 

나의 경우는 새벽에 양수가 터져서 산부인과 응급실(ER)로 갔다. 가서 작은 방에서 옷을 갈아입고 이런저런 질문을 간호사가 하면,  거기에 대답하고 당직 의사가 와서 내진을 한다. 양수가 정말 터졌는지, 자궁문은 얼마나 열렸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내진을 하는 것이다. 당시 할아버지 의사가 와서 봐주셨는데, 내진이 너무 아파서 순간 의사를 발로 찰 뻔했다. 와, 무슨 주먹을 쑥~ 넣는 그 기분. 아주 불쾌하고 아팠다. 아무튼 양수가 터진 걸 확인하고 출산을 해야 하기 때문에 나는 다시 출산을 하는 방으로 자리를 옮겼다. 여기서부터 한국과 꽤 다른 미국의 출산 문화에 대해 정리해 보겠다.

1. 입원하는 방에서 출산을 한다.

보통 한국은 출산을 수술방으로 따로 옮겨서 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 미국의 경우 다르다. 그냥 배정받은 그 방에서 진진통이 올 때를 기다렸다가 간호사들과 의사 혹은 midwife(조산사)가 내 방에 와서 아이를 낳는다. 그렇다보니 입원실이 꽤 넓고 당연히 1인 1실이다. 화장실도 널찍하고 샤워실도 구비되어 있으며, 아이를 낳을 때 쓸 수 있는 짐볼 같은 것들도 구비되어 있다. 물론 보호자를 위한 소파도 꽤 길게 있다. 

아이를 낳은 후에 후처치도 같은 방에서 이뤄지고, 아이는 그 방에서 보통 태어나서부터 퇴원 때까지 나가지 않는다. 대체로 이렇게 모자동실이기 때문에, 출산 이후부터 아이의 기저귀를 가는 것과 우유를 먹이는 것은 당연히 우리 몫이다. 처음에는 아이를 낳고 잘 걷지도 못하는데 이걸 어떻게 하라는 건가 싶었는데, 모자동실이라 언제든 아이를 볼 수 있고 바로 캥거루케어도 할 수 있어서 오히려 좋았다. 

 

2. 밥을 때에 맞춰 그냥 주지 않는다.

이건 정말 모르면 손해다. 미국에서는 보통 출산을 하면 출산 축하 기념 음식이 있는데, 그걸 Stork meal 이라고 한다. 문제는 이걸 따로 신청하지 않으면 아무도 챙겨주지 않는다. 하하, 우린 이걸 몰라서 보통 출산 직후에 먹는 것을 퇴원 직전에 먹었다. 친절한 간호사가 아주 뒤늦게 등장해서 "아니, 너네 그거 아직 안 먹었다고? 그럼 먹고 퇴원해." 해서, 퇴원 수속을 다 밟고 먹었다. 보통 스테이크 같은 음식이 있는 아주 푸짐한 식사에 무알콜 샴페인 같은 것도 준다. 미국의 보통 병원밥은 아주 처참한 수준이라, 이런 특식을 먹지 못하고 퇴원했으면 억울했을 것이다. 아니 내 남편은 토종 미국인인데... 이런 걸 몰랐다고..? 약간 욱했지만 그래, 너도 애는 처음 낳아봤지 하면서 봐줬다. 

뿐만 아니라, 환자가 먹을 수 있는 음식을 따로 식당에 전화해서 메뉴를 주문해야 하는 방식이다. 기억이 맞다면 산모를 위한 밥은 병원비에 포함이었던 거 같고, 남편을 위한건 따로 돈을 내야 했던 것 같다. 그나저나 한국에선 병원에 입원하면 알아서 식사 때에 밥이 나오는데... 흑. 어쨌든 남편과 나는 이걸 몰랐기 때문에, 따로 병원 식당에서 밥을 포장해 와서 먹거나 외부 음식을 사 먹었었다. 음식을 주문할 수 있다는 걸 나중에 알았지만, 당시 우리 방에 있는 전화기가 고장이라 식당과 연결이 쉽지 않았다. 결국, 전화기 문제로 방을 옮겼다. 하하. 참고로, 출산하면 허기짐이 엄청나다. 특히 모유수유 후에 찾아오는 배고픔은 상상 이상이다. 남편분들은 아내를 위해 잘 챙겨주시길 ㅠㅠ

 

 

3. 퇴원이 빠르다.

미국의 병원비를 생각하면 퇴원이 빠른게 나을 수 있다. 그렇다 해도 자연분만의 경우는 보통 2~3일, 제왕절개의 경우 3~4일 뒤에 바로 퇴원시킨다. 나의 경우에는 새벽에 출산해서 (오전 4시 55분) 하루를 더 지낼 수 있었다. 내가 있던 병원은 새벽 출산의 경우 하루를 더 준다고. 퇴원이 빠르다는 건 아이를 낳고 병원에 있을 때 최대한 빨리 회복을 하는 것이 좋다는 얘기다.  보통 미국에선 출산 후에 바로 집으로 가서 육아를 시작해야 하기 때문이다. 해서, 당시에 나는 열심히 복도에서 걸음마 연습을 했다. 빨리 나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며...

이외에도, 한국의 경우 찬바람을 쐬면 안된다거나 샤워도 천천히 하는 게 좋다고 하지만 미국은 그런 거 없다. 그냥 출산한 날에 샤워해도 된다고 한다. 덕분에 좀 개운하게 퇴원을 할 수 있었다. 참고로, 아기 카시트가 없으면 퇴원을 안 시켜주니 반드시 챙겨가야한다. 왜 퇴원을 안 시켜주냐고? 보통 미국에서 차 없이 병원까지 올 수 있을 리가 없기 때문에 아기의 안전을 위해 카시트가 준비되어 있는지 간호사가 반드시 확인을 한다. 우리 간호사는 퇴원하고 차까지 따라와서 아기가 카시트에 안전하게 있는지 확인까지 했다. 

 

4.  무료 용품들.

이건 이미 많이 알려진 사실이지만, 병원에 있는 동안 아기 분유와 기저귀를 무한으로 받을 수 있다. 해서, 꽤 많은 사람들이 거의 한달치를 챙겨 오기도 한다. 비싼 병원비에 이미 포함된 것도 있으니 모자라게 있지 말고, 간호사에게 계속 가져 다 달라고 하면 기쁜 마음으로 가져다준다. 너무 눈치 보이면 미국은 간호사들이 근무 시간에 맞춰 자주 바뀌기 때문에 바뀔 때마다 요청하는 것도 나름의 팁이다. 이외에도 모유펌핑기, 집에서 좌욕할 수 있는 물건, 오로를 위한 생리대 등도 요구하면 받을 수 있다. 물론, 펌핑기나 좌욕기가 자동으로 해주는 그런 비싼 것들은 아니라 수동이지만 그게 어디랴. 아껴서 나쁠 것 없다. 해서, 퇴원하면 꽤 짐이 많아지니 애초에 빈 공간이 좀 있는 큰 가방을 가져가는 것을 추천한다. 

 

 

이 정도만 알아도 미국 병원에서 출산하는데 엄청 당황할 일은 없을 것이다. 미국에서 출산 예정이신 분들 모두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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